2024년 이직 회고, 지원부터 수습해제까지
2024년 IT 구직시장은 혹독하지만 못할 건 없다.
2024년 8월 29일을 기점으로 수습해제되었다. 긴 공백기를 거쳐 현재 회사에 입사하여 수습기간까지 마치고 정식으로 멋진 팀원들의 동료가 되었다. 나는 현재 무신사라는 회사에서 29cm이라는 감성적인 제품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있다.
보통 합격 문자를 받자 마자 이직기를 쓰던데, 나는 3개월 수습이 끝나야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니까. 3번째 회사를 갈 때, 4번째 회사에 (잠깐) 갈 때도 이직기를 올렸었다. 하지만 진정한 이직이라 함은 회사도 나를 평가하고, 나도 회사를 평가하는 3개월이 지난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글은 회사를 지원하는 과정부터 수습해제까지의 담담한 회고를 담아봤다. 뭐라도 나누고 싶지만, 그럴싸한 지식도 없고 자신도 없어서 그냥 경험만 나누어보려고 한다.
지원하기
보통 개발자들이 이직을 준비할 때나 신입으로서 처음 회사에 지원할 때 부족한 기본기를 다지고, 코딩테스트를 충분히 연습한 다음 이력서를 가다듬고 지원해야지 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건 파고파다보면 욕심이 한도 끝도 없어진다. 이력서는 한없이 부족해보이고 내 실력은 초라해보여서 지원마저 못하고 벌벌떨다가 내가 원했던 회사의 공고는 내려가버리거나 이미 다른 좋은 지원자가 최종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 허무하게 서류에서 드랍되기도 한다.
즉, 기회가 왔다면 지원을 해야한다. 너무 많이 재다보면 그 기회가 다른 간절한 사람에게 가버린다. 내 경우도, 입사하고 CTO님과 이야기했을 때. 현재 우리 조직의 주니어들이 너무 많아서 나를 안뽑으려다가 나까지만 뽑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로 내 이후로는 주니어는 뽑지 않더라.
나는 이번 이직 기간동안 100개가 넘는 이력서를 넣었다. 어느 기간 이후부터는 이 문서에 기록도 안해서 아마 한 120~130개는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넣어보고, 안되면 왜 안될까를 고민하면 된다. 불합격이 두려워서 혹은 한번 불합격하면 다음에 기회가 없을까봐 기회를 놓치지 말자.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력서만 잘 작성되어 있다면 지원하는 방법은 마우스로 딸깍딸깍 누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쉽다. 뭐 예전에 대학지원하던 때처럼 서류를 바리바리 싸들고 지원비용까지 내가면서 지원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밑저야 본전이다. 이 회사가 마음에 든다면, 지원하기 버튼을 클릭하자.
나는 지금 회사를 24년 3월 15일에 지원했다. 원티드 같은 플랫폼을 통해 지원할 수도 있지만, 나는 꼭 구글에 그 회사의 채용 페이지에 들어가서 정식 루트로 지원하는 편이다. 어떻게든 좋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니니 회사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로 지원해서 성의를 보이는게 좋지 않을까.
과제 테스트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면 다음은 의례 코딩테스트 혹은 과제테스트가 기다린다. 보통 프론트엔드는 과제테스트가, 백엔드는 코딩 테스트가 일반적인 것 같다. 그리고 회사 규모가 조금 작다면 문제은행에서 랜덤으로 출제되는 코딩테스트가 많은 것 같다.
프론트엔드쪽 과제테스트를 꽤 많이 경험했는데,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특성이 있다.
- 일주일 정도의 기간을 준다.
- React 기반 웹 어플리케이션을 작성한다.
- 이제 TypeScript는 선택사항인 곳이 거의 없다.
- 각 회사의 도메인에 맞는 과제가 나온다.
- 문제의 난이도는 낮지만 전반적인 사용자/개발자 경험의 측면을 요구한다.
개발자 채용시장에서는 코딩테스트는 당연하다. 어느정도 정형화되기도 했고, 엔지니어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는 역량인 엔지니어링 역량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에서 빼어나다면 면접을 살짝 못봐도 뒤집을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실무 면접 때 과제테스트에 대한 이야기가 안나온 적이 없던 것 같다.
다만 기간도 길고 신경쓸 부분도 많은 과제 테스트를 현업을 하면서는 2개 이상 병렬로 진행하긴 힘드니, 일정을 잘 조정하는 것을 권한다. 과제테스트가 있는 회사에 지원할 때는 전부 붙을 경우의 수를 피해서 2~3개씩만 지원하자.
프론트엔드 과제 테스트에 대해 자세히 다루기보다는 대해서는 이 글에서 자세하게 작성해뒀으니 혹시나 과제테스트를 앞두고 있다면 한번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1차 인터뷰(실무 능력)
과제테스트에 합격하게되면 바로 실무 인터뷰 날짜를 조율하는 이메일이 날라온다. 과제는 채점하는데 시간이 좀 걸려서 그냥 마음 놓고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
반대로 불합격했을 경우 나는 왜 내가 불합인지 이유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건 대부분의 회사가 안해줬던 것 같다. 시간도 많이 소모되겠거니와 회사가 “넌 이 부분에서 오류가 있었어” 라고 했다면 그것은 그 회사의 공식 입장이 되어버린다. 만약 잘못 채점했다면 더욱 골치아파진다.
메일 한통으로 회사의 엔지니어링 역량을 대표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것이다. 코드 작성 방법론이나 아키텍쳐 등 소프트웨어에 정답은 없기에 해석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그냥 “당신도 잘 하셨지만 저희 조직과 엔지니어링으르 바라보는 스타일이 달라 안타깝게도 여기서 전형을 마무리 짓는 것으로 결정했어요” 라고 대답해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실무 인터뷰
자 이제 함게 일하게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처음으로 대면하는 날이다. 실무 인터뷰도 회사마다 다르지만 정형화된 케이스는 1명의 리더와 2명의 실무자 조합이었던 것 같다. 어떤 회사는 리더 2명에 실무자 4명이 들어온 곳도 있었고, 실무자만 2명 들어온 곳도 있었다. 인원에 따라 분위기가 달랐다는 사실 하나는 명확한 것 같다.
실무 인터뷰에서는 이 사람이 와서 엔지니어로서 일하는데 문제가 없는 사람인지 확인한다. 포지션이 주니어인지 시니어인지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지만 크게 다를 바 없다. 내가 면접관을 했을 땐 1차 면접에서 다음 4가지 역량을 봤다.
- 문제 해결 역량 : 눈앞에 놓인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가?
- 엔지니어링 역량 : 문제 해결에 엔지니어링 지식을 활용할 줄 아는가?
- 커뮤니케이션 역량 :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줄 아는가?
- 성장 가능성 : 스스로를 넘어 조직까지 성장하는 사람인가? (w. 셀프 러닝과 셀프 리딩)
문제 해결 역량
문제 해결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력서를 톺아보며 그간의 경험을 기반으로 질문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해결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기억나는 문제는 무엇인지 물어보고 그 문제에 대해 다양한 변주나 상황을 부여해서 대처능력 혹은 사고의 확장을 확인한다. 엔지니어링 역량이나 커뮤니케이션 역량과 연계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엔지니어링 역량
엔지니어링 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간단한 퀴즈를 내기도 한다. 베베 꼬아놓은 퀴즈를 푸는 과정을 들으며 정답이 틀려도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묻은 엔지니어링 역량을 맡아낸다. 이력에서 엔지니어로서 기여했던 부분을 자세히 물어보기도 한다. 요샌 라이브 코딩테스트가 많이 늘었다는 말도 들린다.
정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채용에 진심인 회사일수록 단순한 지식을 묻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가령 js의 클로저에 대해 묻거나 원시 타입이 무엇인지 묻는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대신 정말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면서 중요한 문제를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
커뮤니케이션 역량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흔히 실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질문을 한다.
- 어떤 문제에 대해 내 의견이 아니더라도 의견 충돌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시도하거나 해결했던 경험이 있나요?
-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경우 당신은 어떻게 행동하세요? 사례와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 피드백을 주거나 받았던 경험이 있나요? 상대나 내가 그 피드백으로 바뀌던가요?
- 말이 안통하는 동료와 일해본 경험이 있나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 업무 중에 커뮤니케이션이 안되서 문제라고 느낀 적 있나요?
- 기술적 의사결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경우나 이를 주도해보신 경험이 있나요? 어떤 기술을 사용할지, 코드 스타일은 어떻게할지 같은 것들이요.
- ...
어떻게보면 정답이 없는 문제를 많이 던진다. 나는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확고한 펀더멘탈과 방법론을 가지고 있어 이 부분이 가장 대답하기 어렵지 않았는데, 가장 쉽게 생각하는 역량이라 실수가 많은 부분이다.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보는 본인만의 펀더멘탈을 정립하고 이에 대한 경험을 정형화해서 정리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성장가능성
성장가능성의 경우 주니어 엔지니어를 뽑을 때 많이 확인한다고 생각하지만, 시니어를 채용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지식을 나눠본 경험이나 스스로 학습해서 제품을 반전시켜본 경험, 특정 기능을 건의를 하거나 의견을 내서 결과까지 확인해본 경험 등을 확인한다. 이 역량은 회사 제품은 물론 동료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회사는 좋은 동료를 채용해서 성장을 함께할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스스로 성장하면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사람을 원한다.
마치 잘 익은 바나나를 덜 익은 바나나 옆에 두면 함께 빠르게 익어가듯이, 조직은 누군가를 성장시키고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원한다.
2차 인터뷰(컬쳐)
합격 전화와 일정 조율
보통 이 때부터는 메일보다는 전화가 온다. 그래서 모르는 휴대폰 번호로 전화가 온다면 기쁜 마음으로 받자. 불합격자에게는 많은 회사에서 단체 이메일을 보내지만 합격자에게는 채용담당자가 직접 전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최근 HR 트렌드인가 싶다)
나도 전화로 먼저 합격 소식을 듣고 2차 면접을 위한 시간을 조율했다. 이 회사는 특이하게도 1차면접을 보고 3시간 뒤에 전화를 해줬다. 이런 빠른 피드백은 아무래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면접자에게 관심이 없는지 일이 너무 바쁜지 면접을 봤는데 합/불 이메일은 함흥차사라 내가 피드백을 요청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컬쳐 인터뷰
실무 인터뷰에서는 이 사람이 와서 엔지니어로서 일하는데 문제가 없는 사람인지 확인했다면, 컬쳐 인터뷰에서는 동료로서 일하는데 문제가 없는 사람인지 확인한다. 여기서부터는 회사마다의 색깔에 맞는 역량을 검사한다. 그래서 이 전형부터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가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미리 확인하고 가는게 좋다. 보통 회사 채용 페이지나 채용 공고를 보면 원하는 인재상이 써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
- 빠르게 실행하는 사람
-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는 사람
- 둥글둥글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사람
- 문제해결에 딥다이브를 할 줄 아는 사람
- …
이런 내용일 것이다. 우리 회사를 예로 들면 29way라는 일하는 방식이 있다.
생각보다 이 부분이 맞지 않는 사람은 어떤 조직에 녹아들기 쉽지 않다. 만약 당신이 지원한 회사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빠른 실행으로 제품을 내보고 반응을 확인한 다음 보완하는 방식이라면 꼼꼼히 기획하고 개발하는 완벽주의자 A씨에게 맞지 않다. 논의 단계부터 치열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해결방법을 찾고 실행하는 조직에는 문제 해결 능력은 좋지만 수동적인 B군은 적응하기 힘들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지금까지 내가 했던 경험에서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관련된 경험이 있는지 정리해보자. 예를 들어, 빠른 실행을 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묻기 위해 “어떤 문제를 빠르게 해결해본 경험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생각해보자. 나라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네 저도 시장 반응을 보고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 부분에서는 빠르게 실행하며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답일 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에서 낮은 완성도라 할지라도 시장의 반응을 빠르게 확인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00에서 근무할 때, 사용자들의 앱 버전이 너무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rBnB의 Red Dot UI를 차용해보기로 하고 오전에 기획 및 디자인, 오후에 개발해서 배포한 다음 하루 정도 데이터를 지켜본 다음 롤아웃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크지 않은 차이였지만 롤아웃하기에 낮지 않은 수치였고, 다음 스텝에서는 버전단위 UI 보임 여부나 pulse 애니메이션 넣기 등으로 효과를 강화시켜 권장 구동버전에서 업데이트 비율을 8%가량 늘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
이렇게 회사에서 원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항목에 대해 경험을 준비해가면 좋다. 사실 다들 좋은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이 지원한 회사의 인재상에도 잘 맞았다고 할지라도 매칭을 안해보면 정말 말이 잘 안나온다. 질문에 경험을 끼워맞추는 것을 면접장에서 하게되면 앞뒤가 안맞을 수 있다. 경험담이다.
컬쳐 면접 질문 예시
사실 2차 면접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몇년 전만 해도 당연히 임원 면접으로 대표되어 받고싶은 연봉이나 묻던 2차 면접이 최근에는 컬쳐 면접으로 대표되는 경향이 생겼다. 위에서 한 이야기가 조금 뜬구름 잡는 느낌이 들 지 몰라서 내가 받았던 질문들을 남겨보고자 한다.
- 이직하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 호준님은 일할 때 어떤 부분에서 동기부여를 얻으세요?
- 업무시간 외에 개인의 성장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 저희 도메인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ex: 반려동물 서비스라면, 반려동물 좋아하세요?)
- 본인은 리더에 가깝나요, 아니면 팔로워에 가까운가요?
- 5년뒤에 호준님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 본인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어요?
- 단점이 00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지금은 보완이 되었나요? 어떻게 보완하셨나요?
- 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뭐에요?
- 고객 관점에서 제품을 개선해보신 사례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 직전 회사에서 맡았던 업무나 프로젝트 중 가장 어려웠던 문제는 뭐였어요? 어떻게 해결하셨죠?
- ...
2차면접은 좀 다르다
2차 면접에 대해서는 하나 더 말해주고 싶은 점이 있다.
서류전형이나 과제테스트, 1차 면접에서 불합격했다면 실무 능력이 부족하다고 느껴도 좋다. 하지만 2차 면접에서 떨어지면 그냥 그 회사랑 안맞았다고 생각해도 괜찮다. 물론 컬쳐 면접을 잘 준비하지 못해서 횡설수설 했다면 뭐 실력 탓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냥 내가 한 경험들이 그 회사에 맞지 않았을 수 있다. 특정 경험을 잘못 이해하고 회사가 쎄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도중에 정말 적합한 지원자를 발견한 경우도 있다. 그 분이 출근하기 전까지는 일단 전형을 진행하다가 최종합격 직전에, 면접을 정말 잘 봤음에도 불합격할 수도 있다. 채용 계획이 변경되기도 한다. 채용하기로 한 1명의 TO가 돈의 원리로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그러니 2차 면접 불합격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나도 정말 잘 봤던 것 같은 2차면접에서 영문도 모르고 불합격했던 경험이 몇번 있다. 그냥 인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레퍼런스 체크
2차까지 봤으면 이제 면접 전형은 끝났다. 없는 회사도 정말 많지만, 최근 들어 레퍼런스 체크가 좀 늘어난 것 같다. 레퍼런스 체크는 전에 있었던 조직의 동료들에게 그 사람의 평판을 묻는 과정이다. 물론 회사도 큰돈 써가며 채용 전형 진행했기 때문에 끝까지 확인하고 싶을 수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제도가 별로다. 뒷조사같은 느낌이 든다.
반대로 레퍼책 전화를 받아봤는데, 기억이 안나거나 답변하기 당혹스러운 질문들도 한다. 그냥 기억이 안나거나 모른다고 말하면 당사자에게 불이익이 갈 것 같은 느낌도 있어서 말이다. 앞뒤가 안맞으면 안되기 때문에 그냥 아는대로 대답한다. 깊게 물어보는 회사는 거의 2차면접 수준으로 집요하게 질문한다. 관련된 경험을 탈탈 털어간다랄까.
사실 전 조직에서 좋은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이어나갔다면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2차면접에서 “나는 이런 사람입니다”를 당차게 주장했는데 레퍼런스 체크 전화에서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면 이 단계에서 불합격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위에서 말했지만 2차면접까지 통과했다는 것은 회사도 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서 겨우겨우 얻어낸 인재라는 뜻이라 이 단계에서 채용이 취소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존의 바 레이져(bar raiser)처럼 엄격히 사람을 채용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말이다.
처우 협상
처우 협상 단계는 내가 받을 보상을 논의하는 단계다. 전 회사에서 받았던 보상과 현 회사의 보상기준 기반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전 회사에서 받은 급여나 복지를 서면으로 제출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회사는 연봉을 제안하고, 지원자는 조정을 요청한다. 보통은 생각보다 낮기 때문에 역으로 제시하며 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입사 당시 너무나도 절박한 상황이었고, 어떻게보면 합격자 중에 나보다 더 저렴하고 일잘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협상을 하지 않았다. 그냥 주는대로 받았다.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지금도 후회는 없다.
오퍼레터
오퍼레터는 굉장히 중요한 문서다. 오퍼레터를 송부받는 순간 노무 관점에서 입사와 동일한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즉, 회사는 오퍼레터 송달했다면 특별한 결격사유 없이 입사를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없다는 뜻이다. 즉, 입사가 확정되었다는 뜻으로 알아도 된다.
그래서 보통 오퍼레터까지는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그 전까진 그저 협상을 진행하는 것 뿐이니까. 나도 2차면접 합격 소식을 듣고나서부터 오퍼레터를 받을 때까지 한 2주가 걸렸지만 여행은 오퍼레터를 받고 갔다.
오퍼레터는 근로계약서와는 다른 캐쥬얼한 문서다. 언제부터 출근하고, 얼마를 받으실 것이고, 어떤 직무로 채용되신 것이다 등의 계약내용 일부가 들어있다.
입사
오퍼레터까지 받았다면, 안내된 시간과 장소에 맞춰 출근하면 된다. 아무래도 첫날이니 평소보다 단정한 복장으로 가면 좋겠다. 회사는 보통 온보딩 프로그램을 준비해두고 새 동료를 맞이한다. 팀원 소개나 타팀 소개, 커피챗이나 식사 등으로 채워진다. 며칠은 이러한 프로그램에 따라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간다. 나는 첫날 출근했는데 팀원이 한명밖에 안계셔서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다들 재택을 하고 있다고 하시길래 안심했다.
새 조직에 들어왔다면 어항속의 금붕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주변에서 많이 챙겨주실 것이니 걱정 말자. 어떤 조직에서도 어렵게 채용한 귀한 동료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3월 15일에 지원했고, 여러 전형을 거쳐 입사는 5월 29일에 하게 되었다. 전형은 꽤 빠르게 끝났지만 입사하기 전에 여행을 한번 다녀오기 위해 출근은 미루었다. 오퍼레터를 받은 날짜인 5월 10일을 기준으로 하면 전형 종료에만 총 2달이 소요되었다.
이곳은 면접 합격 전화가 하루만에 왔던지라 빨랐던 것이고(보통 그런지는 모르겠다), 보통 2달 반에서 3달까지도 걸리는 것 같다.
수습기간
수습기간은 서로를 평가하는 기간이다. 무려 3개월이나 주어진다. 물론 회사가 그 사람이 일하는 게 맘에 안든다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기간은 아니다. 회사에 중대한 손해를 입히거나 동료들과 도저히 융화되지 못하는 경우 등 함께 갈 수 없는 사람의 경우 상호합의하에 해지할 수는 있다.
나는 이직의 끝은 출근이 아니라 수습기간까지라고 생각한다. 구직자나 회사나 생각했던 것 만큼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고, 그럼에도 유지하는 것은 서로에게 좋은 방향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대화와 설득, 조정이 있겠지만 효과나 의지가 없다면 얼른 대안을 찾아야만 할 것이다.
너무 어렵게 뽑히거나 뽑았다는 매몰비용에 몇년이 될 지 모르는 도박을 하기에는 커리어나 인생이 너무 아깝다.
나는 수습기간에 어떻게든 퍼포먼스를 보여줄 거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좋은 기회를 잡아 어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여 성과를 냈다. 결국 수습기간은 내가 속한 작은 조직에서 내가 꼭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시키는 과정이다. 첫 3개월은 후에 올 3년보다 강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꼭 그 안에 Show and Prove하자.
마치며
수습을 마치고도 보름 정도가 지났다. 지난주에 3개월짜리 아이폰 판매 프로젝트를 릴리즈했고, 수습해제를 기점으로 29cm 엔지니어링 팀의 정식 팀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무신사 특유의 자유도를 기반으로 업무를 드라이빙하는 방식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지금 내가 맡고있는 제품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얼른 더 성장해서 완벽에 가까운 제품으로 탈바꿈시키고 싶은 마음이 든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장이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이직은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 2년 전에 2년차 이직때보다 어렵다. 시장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다는 3/5년차인데 이렇게 어렵다니. 내가 이것밖에 안되나 절망적이었고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무너져버린 시장에 원망했다.
하지만 그렇게 실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무엇을 더 할지 끊임없이 찾아내고 나를 몰아붙히는 것 보다 더 효과가 좋았던 것은 될대로 되라 하고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Que Sera Sera(whatever will be, will be)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면 가끔은 결과를 신의 주사위에 맡기고 여행이나 떠나보자.
이 글은 칠전팔기 성공기가 아니다. 이것만 읽으면 원하는 회사에 턱턱 합격하는 정보글도 아니다. 해보니 그렇더라 하는 담백한 회고다. 뭐 지금이야 담백하게 담아내지만, 당시엔 절박했다. 그리고 그 당시만큼 절박하게 구직이나 이직을 진행중인 분들에게 이 글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