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 여행

내 최고의 사치

여행에 목적은 다양합니다. 학생 때는 뭔가 배우는 목적으로 수학여행을 떠났고, 쉬거나 즐기러 가는 휴양 여행을 가기도 하고 목적지에서만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관광상품을 소비하는 관광 여행도 있습니다.

조금 더 매니악하게 가볼까요? 낚시 아저씨들이 떠나는 출조여행, 목적이 기차에서 먹고자며 풍경을 즐기는 것인 기차 여행도 있어요. 신혼여행이나 환갑 여행도 이런 특수한 목적 중 하나겠죠?

이처럼 우리는 여행에 여러 가지 의미를 붙여 더 특별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여행이 의미를 갖는 순간, 목적지나 동행은 같아도 그 여행의 일정이나 관광지, 액티비티, 숙소나 교통편 선택지, 예산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그래서 애초에 여행을 계획할 때 저는, 이번 여행이 어떤 의미인지를 떠올리는 게 1순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대부분 휴양이겠지만요.

올해 연말을 장식한 저의 여행 테마는 회고입니다. 그래서 회고 여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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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순천의 작은 시골마을 낙양으로 3박 4일 간 다녀왔어요.

회고 여행

회고 여행에서의 회고는 우리가 아는 그 회고입니다. 지난 일을 돌아보고 앞 날을 계획하는 일련의 과정이요. 회고는 어떤 프로젝트나 태스크, 혹은 기간단위의 시간이 지나고 결론을 맺었을 때 그 결론이 최초 설계와 일치하는지, 어떤 이유에서 달랐는지 등을 평가하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때 양분으로 삼기 위한 활동입니다. 주로 회사에서 많이 활용되지만 개인도 연간 회고나 분기 회고 등 굵직굵직한 기간에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요.

고립의 중요성

혹자는 뭣하러 3일씩 연차 내고 몇 시간씩 버스 타고 가서 굳이 불편한 곳에서 자면서 생각하고 글을 쓰냐고 말할 수 있는데, 일단 틀린 말 하나 없어서 제가 반박은 못하겠습니다. 근데 이렇게 시골 조용한 곳에 와보니 오토바이 소리도 안 나고 화려한 불빛도 없어서 좋아요.

이런 것들 뿐만 아니라 공간이 바뀌다 보니 약간의 불편함도 장점인 것 같네요. 스스로 이곳에 갇혀서 말 그대로 고립되다 보니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유튜브도 질리게 되고 가끔 바람 쐬러 산책을 나가거나 예쁜 카페를 발견하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죠. 이런 점들이 고립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럼 가서 어떤 걸 하나요?

제가 3박 4일 동안 여기서 한 일은 다음과 같아요.

잘 먹기 (+ 약간의 음주)

잘 자기

산책하기

커피 마시기

글쓰기

이것들 이외에는 한 게 없어요. 산책하다가 잡생각에 빠지고, 커피 마시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적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카페 가서 글 쓰고, 잠자기 전에 맥주 한 캔 먹고 글 쓰고. 뭐 이렇게 나열해놓고 보니까 한량, 베짱이가 따로 없는데 회고라는 목적을 가지고 온 여행이다 보니 잡생각을 해도 내 2022년을 되돌아보게 되고, 커피를 마시다가도 왜 그랬을까 하게 되더라고요.

추천..?

글쎄요. 전 내년에 여긴 아니겠지만 다시 오긴 할 건데, 주변사람들이 제가 여기 간다고 했을 때 해줬던 말처럼 그다지 추천하진 않습니다. 회고에 이만큼의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다면 추천하지만, 이 목적이라면 다른 곳에서도 이룰 수 있으니까요. 저는 사치를 부렸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여유가 된다면, 저는 이 정도 사치는 부릴 수 있지 않을까요? 정량적인 돈과 시간보다도 얻어가는 게 많으니까요. 기회는 매년 있어요. 내년엔 1년을 돌아보고 내년을 위한 피보팅을 사치스럽게 해 보는 경험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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