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프론트엔드 개발자의 방향성

대AI 시대에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바야흐로 대 AI 시대가 아닐 수 없다.

무슨 직업이든 어처피 대부분의 일은 AI가 대신 해줄 것이라고 낙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그런가 나도 비슷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발자는 모든 언론이 떠드는 AI 대체 1순위 직종이기도 하고, 내가 cursor AI를 쓰면서 느꼈지만 피부로 와닿는 이 서늘한 감각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귀한 서비스 덕분에 내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요즘 개발이 참 재밌고, 내가 예전에 못 했던 많은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더 재밌다.

그래서 이런 생산성 도구들이 내 적이 아니라 든든한 우군이라는 생각을 곤고히 할 수 있었다. 다행히 러다이트는 피할 수 있었다.

슈퍼앱의 시대가 온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제는 내가 걱정하던 기술 개발의 측면이 아니라 비즈니스 측면에서 왔다.

AI가 웹/앱 서비스에 미치는 영향력 중 하나인 슈퍼앱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서비스 레이어에서의 AI 기능은, 앱 내 비서가 딱히 서비스를 탐색을 하거나 인터렉션 없이도 원하는 정보나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한 레이어 더 위에서, 휴대폰에서 시리나 빅스비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다.

  • 하객룩 바지가 없는데 3만원 넘는 제품, 베이지 계열로 10개만 리스트업 해줄래?
  •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며) 이 사진 착장처럼 입으려는데, 신발 빼고 10만원 안쪽으로 제품 추천해줄래?
  • 사진첩에서 내 사진들 보고 착장 진단좀 해줘. 없는 기본탬좀 사려고 하는데 가성비 탬으로 골라와

이런 시대가 오면, 기껏해야 상품 상세 페이지나 필터가 걸린 리스트 페이지 정도 보는거다. 이 시대가 오면 프론트 개발자는 뭐먹고 살아야 하는걸까. PM, 마케터, 디자이너들이 여러 실험이나 기능 출시를 위해 주던 일감들이 모두 AI가 UI없이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SEO의 개념이 달라진다.

내 개인 웹사이트의 amplitude를 확인하다가 view event를 referer로 group-by해서 보는데 뤼튼과 chatGPT가 referer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AI가 내 글을 참조한걸 넘어서 관련 글로 내 글을 추천했다는 뜻이다.

전통 SEO는 꽤 명확하고 단순한 룰이 있었다. 물론 아직 구글 검색팀의 비밀스러운 알고리즘은 변한게 없지만 공공연한 "잘 노출되는 비법"이 있었다는 뜻이다.

이제 크롤러가 AI가 되면서 근간을 뒤흔들진 못해도 이러한 흐름에 조금은 변화가 생길 것 같다. AI 자체가 블랙박스에 쌓여있기 때문에 구체적인건 잘 모르겠다.

  1. 테크니컬 SEO의 측면에서는 줄곧 좋은 웹문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중요했다. 이젠 그게 중요할까 싶다. 시멘틱 태그를 제대로 안쓴다고 AI가 거르지는 않을 것 같다.
  2. 웹사이트 구조를 알리기 위해 브레드크럼 UI나 anchor 태그를 쓰는 등의 테크닉이 효력을 잃을 것 같다.
  3. 성능은 여전히 중요할 것 같다. AI도 학습을 위해 웹문서와 관련된 데이터를 다운받아야 하기 때문이고, 로드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4. 콘텐츠 SEO의 측면에서는 통합이 어느때보다 중요해지지 않을까. 웹문서의 권위는 더이상 도메인이 아닌 인물 혹은 회사가 될 것 같다.
  5. 일부러 특정 키워드를 강조하거나 점유하기 위해 문서를 발행하는 것의 효력이 줄어들 것 같다. AI께서는 다 아실테니까.

물론 이런 것들은 모두 우매한 주니어의 예측이다. 아직까지는 묵묵히 더욱더 좋은 웹문서에 양질의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딸깍으로 만드는 웹 세상

대학생때 app inventor라는 도구로 앱을 만들었던 기억이 있다. 졸업과제를 사람인식 AI를 했었는데, 제어에 필요한 앱은 곁다리 기능이여서 대충 조작만 되게 만드는 작업이었다. 앱에대해 잘 몰라서 딸깍으로 만들 수 있는 툴 없나 하고 요행을 바랬었는데, app inventor라는 녀석이 있었다. 당시에는 진짜 엄청 조악해서 지금 생각해보면 현업에서는 절대 쓰지 못할 수준이었다. 결국 필수 기능만 넣어서 잘 써먹었는데,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다.

시간은 흘러흘러 요즘의 노코드 웹빌더들 성능을 보면 현업에서도 충분히 쓸만한 수준이다. framerflutter flow같은 서비스를 써보면 솔직히 내가 더이상 필요한가 싶다. 너무 잘 되어있어서 기가 막히는 수준이다.

그래 여기까지는 AI가 없어도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결국 정말 1~2년 안에 이 녀석들에도 피그마에 AI가 들어간 것처럼 "딸깍"으로 뭐든지 만들어내는 잔인한 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직 도래하진 않았지만 높은 확률로 보게될 미래가 숨을 조여온다.

물론 나는 요즘 물만난 고기처럼 이런 생산성 도구들로 재미난 것들을 만들고 놀고 있지만, 놀고만 있을 순 없을 것 같다.

마치며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막막하지만, 프로답게 5년, 10년을 내다보고 뭘 할 수 있는건 없다. 미래에 대해 내가 뭘 알고 사람들이 뭘 알겠는가.

위에서도 언급했듯 묵묵히 일하며 지금처럼 조금씩 들어오는 정보들과 트렌드에 민감히 반응할 준비를 하는 것 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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