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법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심리학 그림책을 통한 감정 이해와 자아 성찰

우는 법을 잃어버린 당신에게 독서록

제목에 많이 흔들렸던 책이었다. 생각해 보면 웃자 웃자, 좋아도 웃고 행복해도 웃자고 독려하면서 울자 울자는 안 하니까. 최근에 언제 울었나 생각해 보니 기억이 안 난다. 영화 엘리멘탈을 보면서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눈물이 그득한 눈을 하고 제일 먼저 빠져나온 기억 정도가 난다.

책 서두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우리는 must to do를 참 많이 가지고 산다고. 살면서 꼭 그래야만 할 필요는 없기도 하고 사는데 큰 지장 없는데, 사회가, 조직이, 내가 정한 must to do가 너무 많다. 울어도 안돼, 쉬어도 안돼, 거절해도 안돼 ...

이 책이 특이했던 점은 여느 심리학 책과 다르게 그림책으로 설명해 준다는 점이다.

첫 장면부터 아주 긴박하게 내 이해를 도왔던 사례는, 프로이트 심리학의 무의식을 설명하는 그림책 《불안》과 《히마가 꿀꺽》 이었다. 무의식은 뭘까. 어떻게 닿을 수 있을까, 어떤 식으로 나에게 영향을 주는 걸까? 글로만 봐서는 이해하기 힘든 복합적인 관념을 그림 한두 장으로 말끔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왜 변명할까? 누가 봐도 잘못인데 왜 방어적인 태도가 나올까? 그림책에는 프로이트의 실체화된 관념이 설명되지 않는다. 그 현상만을 그려낼 뿐이다.

감정에 이름 붙이기

감정에 이름 붙이기는 이전에 읽었던 검은 감정이라는 책에서 다룬 적 있다. 우리는 감정에 무덤덤하다. 특히 들추기 싫은 검은 감정에 대해서는 더더욱 그런 경향을 보인다. 마치 볼드모트처럼요.

불안이나 부정, 억제 등의 용어들의 이름을 부르고, 우리가 아는 언어와 그림으로 설명하는 과정 속에서 그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더라도 그런 감정도 있었지 하고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은 없다

꼭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은 없다. 이렇게 암암리에 강요하는 사회적 통념이나 사람들이 행하는 폭력을 당위적 횡포이라고 부른다. 애벌레 세계에서는 모두가 나비가 되니까, 그게 생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옳다고 여겨지니까 다들 나비로 부화한다. 하지만 애벌레가 너무 좋고, 이 상태로 계속 남아있고 싶은 일부 애벌레가 있을 수 있다. 그 애벌레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 되어야 할 것은 없다. 《회복탄력성》에도 나오는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 여기도 나온다.

어떤 행동이 기쁜 일, 슬픈 일, 나쁜 일, 좋은 일이 되려면 반드시 개인의 해석이 들어가야 한다.

회복탄력성 - 김주환

우리는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어떤 사회적 통념이나 조직에 의해 좌우되지 않을 신념을 보유할 수 있고, 이 신념은 내 앞에 발생하는 많은 사건들에 이야기를 입히고 꾸며 기쁜 일과 좋은 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애벌레로 남을 용기를 얻을 수 있다.

마치며

동화책은 마치 시와 같다. 그림 하나하나는 많은 요소를 함축하고 받아들이는 우리도 그것들을 인지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왜 이 색을 썼을까, 이렇게 배치했을까, 이 대사는 뭘 의미할까. 그리고 각각의 그림책들은 상황을 담고 있고, 이는 우리의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과 추상화된 상황을 보여준다. 이 책 자체로도 그러하다.

프로이트, 아들러, 칼 구스타프 융 등 문과가 아니라면 듣기조차 거부할 만한 이름들을 쉽게 배울 수 있었다. 아니 배운 건 아니고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잘 이해는 되지 않지만 간접적인 메타포들에서 그런 냄새가 났다. 이 책을 읽고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를 읽었고, 아들러 철학을 소개한 《미움받을 용기》도 읽어보려고 한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안 해볼법한 책 들인데 문턱을 많이 낮춰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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